Journal/Behind OSIMO

Behind OSIMO #003 캘린더 구체화하는 과정

OSIMO 2026. 10. 6. 10:15

OSIMO의 캘린더를 만들기로 계획한 후,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디자인이나 형태보다 캘린더의 목적이었다.

내가 그동안 달력을 언제, 어디에서 필요로 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왔는지.
그리고 OSIMO의 사진을 달력에 담는다면 어떤 감정과 장면을 전달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해보았다.

처음에는 하나의 형태로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나씩 생각해볼수록 내가 달력에 원하는 역할이 달랐고, 결국 하나로 좁히지 못해 두 가지 타입의 캘린더를 만들게 되었다.


01. 사진을 일상에 두는 방법

사진 한 장만 놓고 보면 한 번 보고 그대로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사진을 찍고, 수많은 사진 중 어떤 한 장을 다시 꺼내 사용하는 데에는 대부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장면에서 왜 이 대상에 시선이 머물렀는지,
왜 그 모습에 나를 이입하게 되었는지,
어떤 장면은 왜 삶의 한 순간처럼 느껴졌는지.

내가 찍은 사진에는 큰 자연 속에 작게 놓여 있는 사람이나 집, 배 같은 대상이 자주 등장한다.

커다란 자연 앞에 놓인 작은 사람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 참 작은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런 장면을 바라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OSIMO의 캘린더도 사진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하는 물건보다는,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가 문득 발견하게 되는 물건이었으면 했다.

바쁘게 일하다가, 혹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가 무심코 달력을 바라봤을 때 사진 한 장에 잠시 시선이 머무는 것.

적극적으로 ‘힐링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그 짧은 순간에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02. 사진과 함께 남기는 문장

사진만 담는 것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사진을 찍었던 순간에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내가 느꼈던 생각도 함께 있었다.

어떤 대상에 나를 이입하기도 하고,
한 장면을 삶에 비유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각각의 사진에는 그 장면에서 시작된 짧은 문장을 함께 담기로 했다.

사진을 설명하기 위한 글도 아니고, 좋은 말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문구도 아니다.

사진을 보다가 문장을 읽고,
문장을 읽다가 사진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것.
그리고 그 장면 속에서 문득 나를 떠올려보는 것.

사진과 문장이 그런 짧은 순간을 만들어주었으면 했다.


03. 내가 달력을 사용했던 방식

그다음에는 실제로 내가 달력을 어떻게 사용해왔는지를 생각했다.
회사에서 달력은 꽤 실용적인 물건이었다.
날짜를 빠르게 확인하고, 일정을 적거나 해야 할 일을 메모했다.
이번 달을 보면서 다음 달 날짜를 확인하는 일도 생각보다 자주 있었다.

그래서 책상 위에 놓이는 달력이라면 사진만큼이나
날짜가 잘 보이고, 직접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 것이 중요했다.

반대로 집에서는 조금 달랐다.
일정을 빼곡하게 적기보다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놓아두고 사진을 바라보는 쪽에 가까웠다.

달력으로 사용하면서도 때로는 작은 액자처럼 사진을 바라보거나, 공간에 놓인 하나의 오브제처럼 두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같은 달력이라도 놓이는 장소에 따라 내가 원하는 역할이 달랐다.
두 가지 역할을 하나의 형태에 모두 넣기보다 각각의 쓰임에 맞는 달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04. 일하는 곳을 위한 Calendar

첫 번째는 책상 위에서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캘린더다.
회사 생활을 하며 탁상 달력을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필요한 것들은 오히려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날짜가 한눈에 보여야 하고,
일정이나 해야 할 일을 직접 적을 수 있어야 하고,
이번 달을 보면서 이전 달과 다음 달의 날짜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날짜만 채워 넣기보다는
각 날짜에 직접 기록할 수 있는 공간과 별도로 메모할 수 있는 영역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에 신경 썼다.
어쩌면 달력에서는 당연하고 평범한 기능들이다.

하지만 사진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다가 정작 달력으로서 불편한 물건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인 만큼 기본적인 쓰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 안에 OSIMO의 사진과 문장을 함께 두었다.

날짜를 확인하고, 무언가를 적고, 다시 일을 하다가
문득 사진에 시선이 머무는 것.

그렇게 일하는 하루 안에 사진이 있었으면 했다.


05. 사진을 남기는 Postcard Dual Calendar

두 번째는 조금 다른 생각에서 시작했다.
달력은 한 달이 지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그때마다 그달의 사진도 함께 역할을 다하고 지나가 버리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달력으로 사용한 사진을 그 이후에도 남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한 달이 지나면 역할이 끝나는 달력이 아니라, 달력과 엽서 두 가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Dual Calendar’ 형태를 생각하게 되었다.
한 달 동안은 달력으로 사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사진이 있는 부분을 분리해 엽서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음에 들었던 장면을 어딘가에 붙여두거나, 책상이나 선반 위에 다시 놓아둘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건네거나 그대로 간직할 수도 있다.

한 달은 지나가도 사진과 문장은 조금 더 오래 남았으면 했다.


06. 두 가지 캘린더가 된 이유

처음부터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두 가지 캘린더를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같은 목적을 가진 캘린더를 형태만 다르게 만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내가 달력을 언제, 어디에서 사용해왔는지,
그리고 OSIMO의 사진이 어떤 방식으로 일상에 머물렀으면 하는지를 생각하다 보니
단순히 형태만 다른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쓰임을 가진 두 가지 캘린더로 자연스럽게 구체화되었다.

하나는 일하는 공간에서 기록하며 사용하는 달력.
다른 하나는 쉬는 공간에서 사진을 바라보고, 시간이 지난 뒤에도 장면을 남길 수 있는 달력.

같은 OSIMO의 사진과 문장을 담고 있지만 놓이는 장소도, 사용하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사진이 특별히 시간을 내어 감상해야 하는 것으로만 존재하기보다
일하고, 쉬고, 생활하는 평범한 하루 속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었으면 했다.

그렇게 OSIMO의 두 가지 캘린더가 구체화되었다.


07. 생각을 실제 물건으로

두 가지 형태와 쓰임을 정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생각했던 것을 실제 물건으로 옮기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사진은 어느 정도 크기로 보여야 하는지,
날짜는 얼마나 커야 잘 보이는지,
직접 기록하기에 공간은 충분한지.

사진과 문장의 위치부터 종이의 질감, 페이지를 넘기고 사용하는 방식까지 하나씩 확인하고 있다.

화면에서는 괜찮아 보였던 것도 실제 크기로 출력하면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직접 출력하고, 써보고, 다시 수정하면서 조금씩 형태를 다듬어가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 자체가 꽤 설렌다.

그동안 화면 안에서 보고 만들었던 것이 이번에는 화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넘기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되어 나온다는 것.

사진과 생각에서 시작했던 캘린더가 조금씩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 테스트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지만,
완성된 뒤에는 누군가의 책상이나 공간에 자연스럽게 놓여 오래, 잘 사용되는 물건이 되었으면 한다.

다음 기록에서는 실제 샘플을 만들고 수정해가는 과정을 남겨보려고 한다.